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한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치열하게 입시도 하고, 꿈처럼 석사학위 공부를 시작했고, 석사학위 졸업장을 두개나 받았으며, 현재는 박사학위에 재학중이다. 남들이 보기엔 모든걸 다 이룬것 같고, 부러워보일 수 있다는거 잘 알고 있다. 석사 과정 중에는 학교 내외로 오페라 프로덕션에 참여하며 첫 공연으로 주역데뷔도 해보고,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파리, 심지어 라트비아까지 가서 콩쿨도 하러 다니고,박사과정재학중, 오디션에 합격하여, 작은 극장이긴 했지만, 월급을 받으며 일도 해보았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와서일까, 아니면 그렇게 바랬던 극장 일을 해 봤는데, 그것이 화근이 된걸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던 계약서 이행내용, 엄청난 노동착취로 나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버렸고, 남들은 엄살이다 배부른 소리다 할지 모르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그 일을 그만두어야했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몸도 마음도 너무지쳐버려, 몇달간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적으로 괜찮아 질 것 같았다.
4년동안 바빠서 못갔던 한국도 다녀오고, 부모님, 친척, 친구들과 시간도 보냈다.
그렇게 그리웠던 한국 음식도 먹었다.
이쯤했으면 괜찮아 져야 하는게 아닐까?
오히려 마음에 진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았는지 더 심해져버렸다.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하면서 왜 내 내면의 건강을 검진해 볼 생각은 못했을까?
레슨들어가면 전혀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터져나오고, 혼자 연습하다가, 혼자 멀쩡히 있다가 정말 애기처럼 눈물이 펑펑 터져나와버려 겉잡을 수 없을때가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선생님들은 괜찮다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다 뱉어내야한다고 위로해주셨고, 나는 참 감사했다.
그런데, 학교 오디션장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온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험을 보는데 몇마디 가지 않고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는데, 오디션 보는 내내 겉잡을 수 없이 울면서 한 곡을 마무리했고, 시험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왔다. 시험장에 나와서 나는 무슨 가족을 잃은 사람마냥 펑펑 울었다.
중요한건 난 전혀 슬프지 않았다는거다.
내가 미쳐버린걸까?
다행히 내 주위엔 참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이 많아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해주는 말이 참 따듯했었다. 그만큼 음악과 세심하게 연결되어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직업이 너에게 천직이라는걸 보여주는 거라고. 대신 그렇게 감정이 올라올 때 그걸 앞으로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을지 상담가와 함께 방향을 찾아가는게 다음 순서라고. 전혀 자책하거나 부끄러워 할 필요없다고.
이 친구 어머님이 심리치료사 라고 하신다. 그래서인지, 이 친구가 말을 해주니 마음이 정말 많이 진정이 되었다.
그것도 하지만 잠시,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오는길, 그리고 집에 혼자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나고 너무 수치스러웠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고, 모든 학교 선생님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펑펑운다는게, 무슨 추태인가 싶고...
시험 몇일 전 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었다.
뭐든 의욕이 나지 않고, 길을 가다가 혼잣말로 죽고싶다.. 라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랬다.
그렇다고 뭐 어딘가 뛰어든다거나 나에게 위협을 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건 전혀 아니다. 그냥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미래에 희망이 보이지도 않고, 하루 하루가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밤에 잠도 잘 오지 않고, 아침에는 일어나고 싶지 않다.
심리치료사를 찾아가 볼까 생각은 자주 해 봤었다. 그런데 어제 오디션 이후에는 갑자기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더 이상 주변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고 싶지도, 힘든 티를 내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하루빨리 상담사를 만나야만 살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 자가 테스트를 온라인을 통해서 여러 사이트에서 해 봤는데, 모두 고위험군으로 나왔다.
그래서 오늘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사에게 메일을 썼다. 내 내용을 그냥 무덤덤하게 사실대로 쓴건데, 메일을 보낸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전화가 왔다. 내가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을 보고 엄청 심각하게 받아 들이신 것 같다. 내가 당장이라도 자살을 할 것 처럼 보였나보다. 그런건 아니라고, 그냥 가끔 그런 생각이 든거지, 실제로 뭔갈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 지금은 퇴근시간이지만 너무 걱정되서 전화를 주셨다고, 내일 연락줄테니, 아무것도 하지말고 도와줄 사람이 있으니 내일 연락하자고 하셨다.
웬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또 눈물이 났다.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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